미국 대형 은행들이 제3자 AI 에이전트의 계좌 권한을 조이고 있다. 2026년 10월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시티그룹이 제3자 AI 에이전트의 고객 계좌 접근을 제한한 가장 최근의 미국 대형 은행이 됐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통로를 좁히고 있다. 은행이 닫은 것은 채팅 창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문이다. 에이전트는 더 이상 고객의 로그인 자격 증명을 들고 계좌에 들어가 자금을 움직일 수 없다.
닫힌 것은 로그인과 송금, 잔액 조회가 아니다
이번 조치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10월 13일 3분기 실적 발표 전화회의에서 외부 에이전트가 고객을 대신해 계좌를 조작하려고 회사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먼저 못 박았다. 고객에게도 은행에게도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였고, 통제되지 않은 에이전트가 수천 개 계좌에서 동시에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경고했다. JP모건 대변인은 이후 제3자가 고객의 은행 로그인 정보를 받아 대신 로그인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시티의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는 9월 말 마이애미 Sibos 회의에서 거버넌스 관점에서 말했다. 에이전트가 거래를 실행하기 전에 신원 확인과 권한 인증이 먼저 갖춰져야 하며, 시티 내부 에이전트는 모두 ARC 플랫폼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읽기 전용 통로는 막히지 않았다. Plaid 같은 오픈뱅킹 커넥터를 통해 고객이 승인한 범위에서 잔액과 거래 내역을 읽는 것은 여전히 허용된다. 금지된 것은 그다음 단계, 즉 고객 자격 증명으로 로그인하고, 송금하고, 청구서를 납부하는 행위다. 은행은 에이전트가 '장부를 보는 자'인 것은 받아들이지만 '열쇠를 쥔 자'인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은행이 두려운 두 가지: 사고의 책임과 예금의 행방
표면적인 이유는 보안과 책임이다. 직원 한 명의 실수는 보통 계좌 하나에서 그친다. 그러나 널리 쓰이는 에이전트가 판단을 잘못하면 같은 오류가 수천 개 계좌에 동시에 퍼지고, 손실과 문책도 함께 커진다. 자격 증명을 제3자에게 넘긴 뒤에는 어느 단계가 고객 본인의 의사였고 어느 단계가 에이전트의 독단이었는지 은행이 가려내기 어려워진다.
또 하나의 걱정은 돈과 관련이 있다. 계좌를 관리하는 에이전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기능은 묵혀 둔 예금을 수익률이 더 높은 곳으로 옮기는 일이다. 고객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값싼 예금으로 돈을 버는 대형 은행에는 자금이 프로그램에 의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짚은 것이 바로 이 우려다. 보안, 책임, 예금 이탈이라는 세 가지 이유가 겹치자 은행은 먼저 문을 닫고 조건은 나중에 논의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규제 방향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금융안정위원회가 10월 15일 확정한 금융 AI 실천 지침은 고위험 에이전트가 행동하기 전에 사람의 승인을 요구한다(FSB 금융 AI 12가지 실천 지침 참조). 은행의 이번 대응은 같은 원칙을 자기 문 앞에 먼저 적용한 셈이다. 통제 가능함을 먼저 증명하고, 그다음에 개방을 논의한다.
개인 자산관리 에이전트에 남은 길은 승인 기반 읽기 전용뿐
같은 날 대조적인 사례도 있었다. Perplexity는 Plaid 연동을 발표하고, 읽어 들인 계좌 정보를 바탕으로 어시스턴트가 개인 재무 분석을 하게 했다. 은행이 인정하는 승인 기반 읽기 전용 노선이다. 보고, 계산하고, 알려 줄 수는 있지만 당신 대신 돈을 옮길 수는 없다.
개인 자산관리 에이전트를 만드는 팀에게 이 신호는 직접적이다. '사용자에게 계정 비밀번호를 넘겨받는다'는 전제로 완전 자동 자산관리를 내세우는 제품 설계는 대형 은행의 관문을 더는 통과하지 못한다. 다음으로 통할 형태는 승인 커넥터, 읽기 전용 데이터, 중요한 동작에 대한 사람 확인의 조합일 가능성이 크다. 신원, 승인 범위, 감사 기록을 먼저 탄탄히 갖춘 쪽만이 다음 단계인 실행 권한을 논의할 자격을 얻는다. 자격 증명을 직접 수집하는 지름길은 닫히고 있다.